누구나 내세에 대해서, 영혼에 대해서, 귀신에 대해서 상상해 봤을 것이다.
어떤 민족이나 나라에서는 그저 상상에 머물지 않고,
미신이나 전통이란 이름으로 보다 체계화 되고 의식화 되어 삶 속에 융화되기도 한다.
우리의 명절이나 기일때 차례, 제사를 지내는 것 처럼 말이다.
그런 의식을 통해 내세에 가있을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한다.
그런데 보통 내세는 죽음이라는 어둡고 부정적인 과정을 통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.
그래서 종교는 내세에서도 천국과 극락이라는 밝고 아름다운 공간이 있음을 제시하며,
이를 그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처로 지정한다.
그리고 이를 근거로 경건한 이승의 삶을 독려한다.
그런데 <코코>는 그런 내세를 무척이나 아름답게 그려낸다.
천국과 지옥의 이분법적인 묘사는 없고, 그저 이승 이후의 또다른 멋진 세상이 있을 뿐이다.
그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매력은 충분하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름다운 내세에 지옥같이 슬픈 일은 있으니,
그것은 바로 이승의 사람들의 기억에서 자신이 잊혀지는 것이다.
생각해보면 뜨거운 불구덩이에서 평생을 사는 것보다도, 그 누구도 나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는다는 것.
이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,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진짜 무의미한 일일테니,
이보다 더 잔인한 일이 있겠나 싶다.
물론 <코코>의 아름다운 화면들과 감동적인 스토리는 그런 잔인함을 느끼기 어렵게 한다.
꿈을 좇다 내세를 밟게된 밝은 소년과 유쾌한 저쪽 세상 사람들, 그리고 형형색색의 예쁜 배경들.
아름다운 이 영화 속에서 누군가에게서 잊혀지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,
반대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, 그래서 그가 행복하려면 그를 계속 기억해야 한다는,
진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.
한번쯤 상상했을 죽음 이후의 세상을, 지금까지 쉽게 상상해본 적 없는 모습으로 잘 그려낸 수작이다.
별점 : ★★★★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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